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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보지 말고 기업을 보세요”

 무서운 기세로 코스피 지수 3200선을 돌파한 이후 변동장세를 겪고 있는 국내 증시 대응법을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공격적인 주식 투자에 나선 ‘동학개미’들의 선봉장 존리(62)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말이다. 오래 전부터 주식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지난해 ‘존봉준’(존리+전봉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그는 기업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곧 자본시장 생태계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국제신문과 존리 대표가 나눈 일문일답.

▶젊은 분들이 주식을 시작한 건 굉장히 고무적이다. 한국 자본주의가 깨어난 원년이라 평가하고 싶다. 다만 빚을 내서 하는 투자는 안된다. 장기투자,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주식을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 노후준비다. 오늘은 5만 원 벌고, 내일은 10만 원 벌면서 주식을 테크닉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도박이다.

▶아니다. 시장은 늘 등락을 거듭한다. 누구도 그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데, 모르는 걸 알려고 하지 마라. ‘주식으로 20% 벌었다’고 얘기하는데, 그 20%로 노후준비 안 된다. 꾸준하게 투자해 10억, 20억이 될 때까지 사는 거다. 샀다 팔았다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이 회사가 성장을 할 지 판단해야 한다. 보유 중엔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는지 점검하라. 이익은 늘었는데 주가가 떨어졌다면 주식을 더 사야 한다. ‘가격’을 보는 게 아니라 ‘회사’를 보는 것이다. “올라갈 주식 말고 갖고 싶은 주식을 사라”는 말이 있다. 일주일 있다가 파는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20대는 100% 투자하라. 50대 이후부턴 100에서 자기 나이를 빼는 걸 권장한다. 60대는 40%, 70대는 30%다. 연금저축펀드는 필수다. 1년에 400만 원 투자하면 60만 원(세액공제)을 돌려주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 부동산에 자산 전체를 거는 건 위험하다. 내가 10억 짜리 집에 산다는 말은 10억 원이 잠들어 있다는 얘기다. 일본도 부동산이 주요 자산 증식 수단이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경제는 악순환을 낳았다.

▶투자하기 가장 좋을 때는 ‘지금’이다. 아직도 주식 투자를 타이밍이라 생각하는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타이밍은 의미가 없다. 공부를 하고 나서 투자하겠다는 분들도 많다. 일단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고 투자를 시작하는 게 금융문맹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이다.

▶우리는 그동안 돈에 대한 이야기를 터부시 했다. 과연 그럴까.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과 대기업 시험을 통과하면 노후준비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린 학생도 투자하고, 사교육비도 투자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재능을 살려 자기 일을 해야 한다. 창업자가 나오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시장에 돈이 들어오면 새로운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생긴 이유는 자본시장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구글, 넷플릭스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018년 국내 최초로 펀드 비대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에선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데, 운용사와 판매처에 각각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저희는 유통 단계를 줄여 고객과 직접 거래하기로 했다. 다만 자녀를 위한 주니어 펀드의 경우 비대면이 불가능했고, 문의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가 고객 근처로 가기로 한 거다. 지난 20일 동구 초량동 대로변 건물 1층에 문을 열었다.

▶세계 시장에 투자하고, 수수료가 저렴하다. 가입하면 10년 간 환매는 안 된다. 가능은 하지만 페널티가 있다. 기존 펀드와의 차이라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펀드 운용보고서를 보내 자연스러운 금융교육이 가능하다. 아이가 있으신 분은 꼭 시작하시길 권한다. 투자는 변동성은 있지만 노후준비 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요즘은 너도나도 주식(株式)을 한다. 모였다, 하면 주가(株價) 얘기다. 수치도 증명한다. 3538만 개. 국내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다. 인구의 절반 이상(2020년 기준)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중 20%인 약 600만 개 계좌가 지난해 개설됐다. 과연 ‘동학개미운동’의 원년(元年)답다. 지난해 초 시작된 개인 투자자들의 가파른 매수세. 이는 급기야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다. 한때 ‘장밋빛 전망’에 그쳤던 이 수치는, 그 이튿날 가뿐하게 3100까지 찍으며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자들이 연일 샴페인을 터뜨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계의 신호도 감지된다. ‘거품’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불안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정책 발표로 유입된 ‘갈 곳 잃은 1000조’로, 자금의 태생 자체가 ‘뜨내기’라는 것.

이유가 어찌 됐건 한국 주식시장이 새 국면(局面)을 맞이한 건 분명하다. 여기에는 일정 부분 존리의 지분도 있다. 지난 6년간 사람들에게 꾸준히 ‘주식 투자 하라’고 강조해오고 있는 그는 ‘동학개미’들의 수장(首長)이라 불린다. 오죽하면 ‘존봉준’(전봉준+존리)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 시기, 그를 만나지 않는 건 직무유기에 가깝기에 서울 종로구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 봤다. 1월 4일, 코스피 3000 돌파를 코앞에 둔 날이다.

“팬데믹 겪으며 돈의 중요성 알아”

지난 1월 6일, 개미들의 혁명에 힘입어 코스피가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했다. 사진=조선DB
― 요즘은 모이기만 하면 주식 얘깁니다. 이런 움직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지난해는 격동의 한 해였어요. 비로소 자본주의 국가로 태동(胎動)했다고 할까요. 특히 젊은 사람들이 주식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 굉장히 유의미하고 한국이 금융 선진국으로 가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단기간에 과열된 양상이라 위태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아기가 걸음마를 막 시작했는데 가타부타 할 수 있습니까. 길을 터주고, 울타리를 쳐주면서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중요하죠. 꾸준한 금융 교육이 뒷받침돼야 하겠죠.”

― 건강한 투자의 장(場)이라기보다 코로나19,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악재(惡材)에 따른 불안감의 발로로 형성된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돈의 중요성을 깨달은 거죠. 매달 나오던 급여가 끊기니까 비로소 큰일 난다는 걸 안 거예요. ‘아, 이래선 안 되겠구나. 노동만으로 돈을 벌 수 없구나’ 하고 투자의 필요성에 눈을 뜬 겁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은 거죠.”

― 동기가 어쨌든 간에 이런 토대가 마련된 게 의미 있다?

“그럼요. 예전에는 주식 투자 하라고 하면 아예 귀를 닫았잖아요. 지금은 너도나도 관심을 갖잖아요. 왜. 나도 시작했으니까. 그간은 주식 투자에 대한 편견이 너무 많았어요. 무조건 안 된다, 망한다고만 했거든요. 이제 그런 얘기 쏙 들어갔잖아요. 엄청난 변화죠.”

― 그러니까 올해도 역시 주식을 하라?

“누누이 하는 얘기죠. 주식은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안전하다. 한번 해볼까, 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하는 겁니다. 제가 만약 50년 전에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지금 얼만 줄 아세요. 180억입니다.”

“단기 수익률은 의미 없어”

― 월가(街)에서는 올해 30년 만의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했는데요.

“‘전망’은 의미 없어요. 한 번이라도 맞는 것 본 적 있나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008년 금융위기를 전망해서 ‘닥터둠’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그는 지난 15년간 꾸준히 주식시장에 경고만 날리는 분이에요. 매년 위기라 전망했죠. 그런데 다우지수가 지금 사상 최고 아닙니까. 코로나19를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어요. 의미 없어요.”

―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투자해야죠.

“전망은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니,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기업 가치를 보는 거죠. 그리고 10~20년 오랫동안 투자하는 거예요. 전망에 따라 2020년에는 전기차가 좋을 것 같으니 관련주를 샀다가, 2021년에는 바이오가 좋다고 해서 갈아타는 건 투자가 아니에요. 카지노를 하는 거죠.”

― 삼성전자의 경우 불과 몇 개월 전 4만원대였던 게 지금은 8만원이 훌쩍 넘었죠. 말씀대로라면 4만원일 때 살걸, 하는 게 의미 없다?

“아마추어가 하는 생각이죠. 프로들은 그때도 사고 지금도 삽니다. 단, 전제 조건이 있어요. 삼성전자가 잘될 회사라고 보느냐. 그럼 사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회사를 안 보고 가격을 봅니다. 아, 4만원일 때 살걸. 또 4만원 때 산 것을 ‘예측’했다고 하는데, 착각이에요. 이 회사에 20년간 투자할 거라면, 그게 4만원이면 어떻고 8만원이면 어떻습니까. 나중에 100만원 돼 있으면 되는데.”

그는 “지금의 수익률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백 킬로 마라톤을 뛰는데 50m 빨리 갔다고 자랑하는 거죠. 10년, 20년 후에 가지고 있는 주식 수가 중요한 거예요.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주식에 500만원을 투자했어요. 그게 1만2000원이 됐다고 막 좋아해요. 20% 수익률 난 건데, 결국 번 돈은 100만원이에요. 100만원 가지고 노후(老後) 준비가 가능한가요. 주식은 올라갈 때도 사고 떨어질 때도 꾸준히 사는 겁니다. 반대로 1만원 주고 산 주식이 8000원이 됐어요. 막 슬퍼하죠. 그게 왜 슬플까요. 8000원에 또 사면 되잖아요. 더 떨어져서 5000원이 됐어요. 왜 괴로워하나요. 세일하는 건데, 좋은 거 아녜요. 또 사요. 그렇게 20년 뒤까지 1000주를 모읍니다. 차익으로 노후 준비 끝내는 거예요. 간단하잖아요?”

― 말은 간단한데, 젊은 층이야 그렇다 치고 노년층이 실행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 보이네요.

“그럴 때일수록 더 해야죠.”

― 주식은 남는 돈으로 하는 건데, 은퇴 후 여윳돈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투자를 합니까.

“태어날 때 가난한 건 내 잘못이 아니지만, 죽을 때 가난한 건 내 책임입니다. 특히 노년 빈곤에 처했다면 지금이라도 내가 어디에 소비를 잘못하고 있는지 알아봐야죠. 분명히 이유가 있거든요. 새는 돈은 반드시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집에 살고 있다거나, 소비습관이 잘못됐다거나. 그 돈을 투자로 돌리는 겁니다. 한 달 100만원 중에 10만원, 200만원 중에 20만원, 이렇게요.”

― 투자는 결국 돈이 필요해서 하는 건데 20년간 장기 투자하고, 노년에도 계속 투자하면 언제 씁니까.

“돈 쓰는 건 벌고 나서 할 걱정인데, 그 전에 쓸 걱정부터 하면 안 되죠. 스스로 목표를 정하는 거예요. 내가 100세까지 살 텐데 은퇴 후 얼마가 있으면 노후 생활을 편하게 영위할 수 있는지요. 그게 10억이라고 한다면, 10억원을 벌 때까지 쓰면 안 되죠. 벌고 나서 살고 싶은 집, 타고 싶은 차 타면 돼요.”

“한국 주식시장 더 커질 것”

존리 대표는 2018년부터 경제 독립을 위한 버스투어를 하며 전국 각지를 돌고 있다. 사진=메리츠자산운용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2학년까지 다니다 자퇴한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저 그런 월급쟁이가 되기 싫어서였다.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이후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락으로 옮겨 코리아펀드를 운용했다. 한국 시장에 투자한 최초의 뮤추얼 펀드다. 1984년 당시 저평가된 한국의 주식들에 장기 투자해 상장 당시 600억원이던 자산을 2005년 1조5000억원까지 불렸다.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다. 2014년,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이후 책, 방송출연, 강연 등을 통해 꾸준히 “돈 아껴서 주식 하라,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 하라”고 말하고 있다.

― 미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 시장을 잘 모른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미국은 개인연금 등 대부분의 자산이 주식·펀드에 있고 배당 성향도 좋아 주식시장이 꾸준히 우상향(右上向)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데요.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환경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거든요. 한국은 23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연금이 있는데 주식 비중은 2%밖에 안 돼요. 40%에 육박하는 미국처럼 연기금이 주식에 투자된다면, 저평가를 벗어나 크게 상승할 수 있죠. 또 하나. 올해 한국 주식시장이 선진적으로 변화하는 기회를 보긴 했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주식 투자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경쟁자가 그만큼 적다는 거죠. 주가가 아직 싸고, 버블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 10년, 20년 후 성장 기업을 지금 고른다는 게 말이 쉽지요. 코스피 상위종목 10년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 말고는 현대차, 포스코, 한전 등 전부 마이너스입니다. 특히 10년 전 대표적인 우량주였던 포스코는 반 토막이 났죠.

“무조건 장기 투자를 하라는 게 아니에요. 당연히 회사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을 봐야죠. ‘장기 투자’를 전제로 투자를 하라는 겁니다. 그 조건하에서 팔아야 하는 이유가 있으면 팔아야죠. 포스코처럼 회사가 더 이상 글로벌 경쟁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팔아야죠. 투자에 있어서 파는 것은 예외조항으로 둬야 합니다. 팔 수밖에 없을 때가 아니면 팔 이유가 없습니다.”

― 그 펀더멘탈이라는 걸 일반인들이 잘 볼 수가 있느냐는 거죠.

“하물며 시장에서 콩나물 하나를 사더라도 신선한지 보지 않나요. 투자 대상은 동업자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골라야 합니다. 장기 투자에 앞서 우선 10년 뒤 망할지 안 망할지 본 다음 성장성을 보는 겁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경영진 분석입니다. 능력, 도덕성, 자사주 매매 상황 등을 다방면으로 본 다음, 주당순이익, 주가수익비율, 주가순자산비율, 자기자본이익률, 에비타배수 등 기본적 지표를 통해 기업 가치를 판단해야죠. 이때 본인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영업 내용을 이해해야지 매수 후 이 기업에 어떤 특이사항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일례로 1990년대 말 미국에 인터넷 열풍이 불 때 워런 버핏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라서 관련주를 사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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